인생이라는 심오한 게임

인생은 우리 모두가 비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심오한 게임이다

Philosophy

미니멀리즘-비워서 채우기

라이프be아트 2025. 3. 12. 00:01

몇년 전부터 나는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책을 샀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이런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면서 처음에는 종교, 신학에 대한 책을 사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철학, 과학, 미술사, 자기계발서, 경제, 투자, 소설 등등 여러가지 분야로 확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가하던 내 책장이 가득 차고 점점 책장 위로 위태롭게 쌓이게 되었다.

 

나름 책은 표시하고, 접고, 메모도 하면서 보는 것이니 사서 봐야 한다는 이유로 책을 사서 모았는데,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도 더러 있었다. 언젠가 내가 시간이 많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면 귀중한 자료로 쓰일 것이라는 희미한 전망을 가지고 그렇게 책을 쌓아갔다. 

언젠가 읽을 거라는 기약 없는 약속에 점점 쌓여가는 책들

 

그런데 2025년 2월, 우리 부부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살면서 점점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하루하루의 삶에서 점점 지쳐갈 때, 미니멀리즘*이라는 삶의 방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또는 최소주의(最小主意)란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미(美)를 추구하는 사회 철학 또는 문화·예술적 사조를 말한다. '최소한의~' 라는 뜻의 'minimal'과 이념을 나타내는 접미사 '-ism'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미니멀리즘이란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고, 최소한의 소비만 하고, 삶을 최대한 심플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가 실행한 미니멀리즘은 아래와 같다.

 

1. 불필요한 그릇, 안 쓰는 전자제품 버리기

2. 옷장에 걸어두고 1년 이상 안 입은 옷 버리기

3. 수납함, 창고에 있는지도 모르는 물건, 잡동사니들 버리기

4.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과 용기 버리기

5. 한 주에 20개씩 세탁기에 돌리던 수건들을 버리고 1인당 1개의 얇은 수건 하루 한번 손빨래 해서 쓰기 

6. 자동차 트렁크에 있던 불필요한 물건들 버리기

7. 사무실에 몇 년 간 쌓여있던 오래된 문구, 문서, 잡동사니 버리기

 

여기까지는 쉬웠다. 그리고 버리고 환경이 깨끗해 질 때마다 마음이 홀가분해 지고 알 수 없는 충만함이 왔다.

그런데, 책은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언젠가 읽지 않을까? 내가 가지고 있으면 가치 있는 책이지만, 버리면 재활용 종이 밖에 안되는데.... 이 책 중에 나의 인생을 바꿔줄 중요한 책이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최대한 읽어보고 정말 버릴만한 책만 버리자' 고 생각하고 몇 주를 보냈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버리기 아까우니 읽어야지 하는 욕심과 압박에 정작 읽고 싶은 책은 못 읽고 귀중한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보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버릴만한 책을 찾기보다, 소장 할 만한 책을 골라서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그나마 욕심을 내려놓고 책을 추려서 20% 정도는 버릴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80% 정도의 책에서도 덜어낼 것이 많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5분의 1을 버리고 안정을 찾은 책장들

 

미니멀리즘을 잘 실천하면 환경에 좋고, 내 생활은 더 여유롭고 풍족해지고, 몸과 마음의 건강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내 중심을 잡아줄 삶의 방식으로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