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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에리히 프롬의 'The Art of Loving'을 읽고서

라이프be아트 2021. 4. 16. 01:00

에리히 프롬의 'The Art of Loving'을 읽고서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에리히 프롬의 'The Art of Loving'

수많은 책이 가득한 책장 사이를 거닐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이 책.

에리히 프롬의 책을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의 얇은 원서가 눈에 들어와서 집어 들었고

혼자서 한번을 읽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새로 생긴 독서클럽에서 첫 책으로 추천해서 함께 한번을 더 읽었고 서로 얘기도 나누었다.

 

 

 

 

이 책에서는 페이지 페이지 마다 주옥 같은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읽는 사람마다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다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서 함께 얘기를 하면서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고 이해는 더 깊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두 번째 챕터 '사랑의 이론'에서 프롬은 말한다.

 

Love, the Answer to the Problem of Human Existence

사랑은 인간 존재의 문제에 대한 답이다.

 

인간은 동물의 세계, 자연으로부터 나온 존재이지만 자연을 초월하였고 자연으로 분리된 존재이다. 우리 인간은 본능으로 살아가던, 자연과 하나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오직 이성을 발전시키고 세상과 새로운 조화를 이루어 하나가 되는 것 뿐인데 그 방법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제목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그것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행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이다. 어떤 사람, 대상을 만난 결과로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가지는 태도와 의지로 행하는 것이다.

 

사랑이 가지는 네 가지 기본 요소는 보살핌( care), 책임(responsibility), 존중(respect), 그리고 지식(knowledge)인데, 간략하게 말하자면 진정 사랑한다면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보살피게(care) 될 것이고,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책임(responsibility)을 느끼고 봉사하고자 할 것이며,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콘트롤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과 뜻을 존중(respect)할 것이다. 또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그 사람에 대해서 알게(knowledge)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미숙한 사랑과 성숙한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미숙한 사랑: "I love because I am loved."

성숙한 사랑: "I am loved because I love."

미숙한 사랑: "I love you because I need you."

성숙한 사랑: "I need you because I love you."

 

그리고 '사랑의 이론'(The Theory of Love) 챕터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 중에 하나가 '부모님의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 적인 사랑으로 자녀에게 안정과 보호를 제공하고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으로 훈련, 도전, 노력 등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이 부모님의 사랑이 내면에서 잘 조화를 이루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또 자신을 채찍질해서 더 발전하고 전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난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받고 있는 엄마의 사랑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집에 왔을 때 내 방 책상 위에 한 가득 꽂혀있던 노란 코스모스 꽃과 옆에 놓인 나를 응원하는 엄마의 편지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버지는 내가 강한 남자, 인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로 자라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어려서는 태권도를 배우게 하려고 하셨고 대학교에서 내가 검도를 배울 때 그렇게 좋아하셨었다. 두 분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 주셨고 나는 큰 사랑 속에서 자란 사람이다. 나머지는 나의 몫이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사랑의 실천'에서 프롬은 말한다. 사랑의 실천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기술(art)을 배우는 것과도 동일하게 훈련, 집중, 인내, 그리고 최고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고. 사랑을 잘하기 위해서는 테니스나 피아노 연주를 배우는 것처럼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연습하고 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랑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자기애 금지 (No narcissism) : 사랑을 하려면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객관성(Objectivity) :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고 겸손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합리적 믿음(Rational faith):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사고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넷째, 용기(Courage):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용기가 필요하다.

다섯째, 활동(Activity):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해 수고한다는 것이다.

여섯째, 공정성(Fairness):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면 자신과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사랑은 낙원에서 추방된 인간이 낙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길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이 아니라 새로운 낙원으로 인도한다. 타인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될 때, 나와 타자의 구별을 초월할 때, 우리는 내면의 단절의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고 더 나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얇지만 무거운 책이고 간결하지만 어려운 책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내가 조금 더 성장했을 때 다시 읽으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한 책이고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