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훌쩍 커버리기 전에 (동남아 70일 아빠 딸 여행)
[훌쩍 커버리기 전에] 동남아 아빠딸 70일 여행 -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살고 있다.
그 화려함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그 화려함을 소비하고 난 후에 남는 것은 늘 약간의 공허함과 씁쓸함이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 [훌쩍 커버리기 전에]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목사님 아빠가 열 살, 일곱 살 두 딸을 데리고 무려 70일간 동남아 여행을 하며 쓴 여행기이자 수필이다. 여행을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훌쩍 더 크기 전에 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다. 엄마가 함께 가지 않는 여행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모험이지만 용기를 내서 도전했고 세 식구 모두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평범한 가족이 동남아 여행을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특별한' 여행이다. 아무리 비싼 패키지여행이라고 해도 70일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는 것이 쉬울까? 가이드 없이 아빠 혼자서 어린아이 둘을 돌보면서 6개의 나라를 여행했다. 몇 년 전에 아내와 포르투갈을 열흘 간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 막바지에는 체력이 바닥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아빠도 대단하지만 두 딸의 용기와 의지도 대단하다. 어린 두 딸은 아마도 아빠와 엄마가 열심히 준비한 여행을 꼭 완주하고 싶었을 것이고, 아빠는 딸들을 위해서 준비한 여행이 멋진 추억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여행 중간중간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세 사람.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나도 몇 년 전부터 엄마, 내 동생 식구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한번 가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용기를 내서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목사님의 가치관과 딸들에 대한 사랑을 볼 수 있어 좋았던 문장들을 아래에 적어 보았다.
그저 나에게 와준 것 만으로 커다란 축복이지요. 그렇기에 내 아이가 얼마 큼의 능력이 있는지, 잘 생겼는지, 예쁜지 등 외부의 기준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주의 기적이 나에게 일어났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30p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지금 이 일이 잘 해결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 40p
부모가 된 후 우리는 알게 되지요. 나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것은 자녀가 내게 무엇을 해주기 때문도 아니고 후에 아이에게 보상을 받기 위함도 아닙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60p
이 '아빠딸여행'을 통해서 제가 계획한 여행과 삶이 아니라 세상이 허락하는 만큼 살아가는 법을 아빠는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90p
"이렇게 정처없이 걷다 보니 뜻밖의 수확도 있구나, 그치? 우리가 오늘 무엇을 보게 되고 무엇을 얻게 될지 몰랐지만 말이야.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인생길을 걸어가다'라고 표현하기도 해. 그래서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충치를 만나기도 하고, 오늘처럼 뜻밖의 에어바운스를 만날 때도 있단다. 그러니 아빠는 혜원이랑 혜린이가 살아가면서 낯선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96p
"...키가 크다고 해서 모두 큰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란다. 정말로 큰 사람은 생각이 크고 마음이 깊은 사람이야. 아빠는 혜원이가 그런 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 여행을 통해서 우리 딸이 나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큰 생각과 깊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119p
저의 하루하루가 지겹거나 평범한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새롭게 감동하며 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167p
저는 혜원이와 혜린이가 우베인 다리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삶이 아니어도, 부와 명예를 갖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평범한 삶일지라도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길이 되어주고, 홀로 된 사람들을 이어주는 튼튼한 우베인 다리 같은 인생이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닐까요?
-206p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처럼 다른 장소를 만난 게 오늘 저희에게 허락된 여행인 겁니다. 그렇게 '아빠딸여행'은 완성되어 가고 있는 거예요. 나나 다른 누군가의 기준으로 완벽한 여행을 꾸밀 필요는 없습니다. 여행은 그저 쭉 흐르다가, 여행에 허락된 시간이 끝나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내게 주어진 여행은 그 자체로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266p